불씨 (1, 2)

news-mixed info./review - book | 2007.10.14. 20:54 | wildy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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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자: 도몬 후유지
2. 옮긴이:
3. 출판사: 굿인포메이션
4. 출판년도: 2002년 4월
5. 정   가: 8,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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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에스기 요잔(1751~1822)이라는 일본 에도시대 후반기 봉건사회에서 성공적으로 개혁을 추진했던 한 통지자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간단히 우에스기 요잔이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하면,
규슈의 작은 영주집안에서 출생하였으나 아홉 살에 아들을 얻지 못한 우에스기 집안의 양자로 들어갔다. 우에스기는 9대째 일본 동북지방의 요네자와 번을 다스려왔던 집안. 15세의 나이(1967년)로 번주에 올라, 2년 뒤 소설에서처럼 정치개혁을 단행하였다. 35세때 번주에서 은퇴하였다가 수구세력에 의해 번의 정치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다시 정치의 전면에 복귀하기도 했다.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번주이어야 하고, 번주를 위해서 백성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요잔의 개혁신념은 '전국의 사'라는 이름으로 후세에게 전하고 있다. 파탄직전의 요네자와 번을 에도막부 최고의 번으로 탈바꿈시킨 그의 여러 정책들은 지금도 요네자와 관청에 붙어 있으며, 일본 기업들의 기업강령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일본인이라고 꼽은바 있으며,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지난 1000년 동안 일본을 빛낸 최고경제인> 설문조사에서 5위를 차지하였다.


이 소설은 극심한 궁핍과 부채로 번의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번민은 만성적인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빠진 요네자와라는 번에 열일곱 살의 젊은 청년이 양자의 신분으로 번주가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일본의 대다수 번이 그러했듯이 소설의 중심지인 요네자와번도 관습과 절차, 형식에 사로잡혀 위기에 처한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지위만을 지키려는 보신주의적인 중신들과 그러한 중신들을 원망하면서 체념에 빠진 번민들로 구성되어 있는 '죽어 있는 나라' 곧 <재의 나라>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재의 나라에 주인공인 청년 번주가 <불씨>, 즉 과감히 현상을 타파하고 희망을 심어주는 개혁의 불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에 <불씨>가 옮겨지게 되고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마침내는 번 전체를 개혁의 뜨거운 용광로로 만들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은 것을 고려하여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寗냅?등장인물과 활동무대를 독자가 속한 환경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읽었으면 한다. 요네자와번을 하나의 기업이나 단체, 나아가 국가단위로, 번주를 최고경영자나 단체의 장으로, 개혁의 주체세력인 <찬밥파>나 수구세력인 중신들을 관리자층으로 간주하여 보면 이해가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둘째, 주인공 우에스기 요잔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과연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보면서 읽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우에스기 요잔의 순수하면서도 철저한 개혁이념과 굽히지 않는 강인한 추진의지, 그리고 일선에서 개혁이념을 실체화시켰던 개혁주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요네자와 번은 어떠한 상황이었는가?

우에스기가의 선조는 겐신이었다. 양자 가케가쓰 때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아이즈 1백 20만석에 봉해졌다. 그러나 세키가하라 대전투에서 이시다 미즈나리에게 가세하였다고 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부터 요네자와 30만 석으로 감봉되었다. 그러나 우에스기가는 감봉될 때에 가신의 수를 정리하지 않았다. 1백 20만 석 때의 가신을 그대로 요네자와에 데리고 왔던 것이다.


'감봉되었다고 하더라도 한 명의 번사도 줄일 수 없다.'

그것이 가케가쓰의 방침이었고, 의지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입은 사분의 일로 줄어든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생황양식을 유지했기 때문에 번 재정은 순식간에 파탄상태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1664년 제4대 번주가 급사하였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우에스기가에서는 미처 후계자도 정하지 못했었다. 원래는 가문을 폐가시켜 버리는 것이 상례였으나 문중의 어르신 호시나 마사유키가 발분하여 급하게 양자를 맞아들임으로써 간신히 가문이 단절되는 것만은 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정이 사정인만큼 영지는 반 정도인 15만 석으로 줄어들고 양자로 기라가문의 자손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양자 번주 쓰나노리의 생부 기라 요시나카가 매번 번정에 간섭하게 되었다. 기라가는 고가라는 자부심은 대단했지만 수입은 기껏해야 2천 석에 불과한 하타모토였을 뿐이었다.


우에스기가의 번주가 된 자식에게 아버지가 주는 훈계는 단 한 가지였다.

'누구에게든 무시당해서는 절대 안된다. 특히 가신들이 얕보지 못하게 하여라.'

그러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가신에게 급여를 후하게 지불해 주어라.'

가신들은 확실히 좋아하겠지만 그 수입은 어디에서 구해올 것인가?

'그런 문제는 중신들이 생각하게 하라. 그러기 위해서 비싼 급여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그런 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케가쓰 이래로 과잉인원을 감당해 오고 있었던 터였다. 덕분에 15만 석 중 13만 3천 석이 가신의 급여 총액이 되어버렸다. 수입의 9할 가까이가 직원의 인건비라고 하는 바보같은 기업이 있을까?


그러나 어떤 상태가 되건 기라 요시나카는 기가 꺽이지 않았다. 도리어 아들을 더욱 부추켰다.

'다른 다이묘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예전처럼 1백 20만 석에 준하는 격식이나 외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

번의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 상인으로부터 차용해 온 돈은 아찔할 정도로 이자가 늘어나 도대체 몇백 년이 걸려야 갚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막대한 금액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힘들여 올려놓은 가신의 급여도

'당분간 반액으로 참아줄 수 없겠는가?'

라고 개별적으로 교섭하여 깎아내리고, 그 동안에

'중신급은 일률적으로 3할, 중간급은 2할, 일반번사는 1할씩 급여반납을 명한다.'

라는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급여반납률이 지금은 5할이나 되어 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기라 요시나카는 태연하게

'괜찮다. 그 덕분에 너는 무시당하지 않는 거야'

라고 무시당하지 않는 것만을 변함없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무시당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이 번주는 도대체 우에스기가를 어떻게 할 셈인가?'

라는 식으로 가신들의 쓰나노리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아가고 있었다.


얼마 후 기라는 죽었지만 그 때의 부채가 그 후 6대 요시노리, 7대 무네노리, 8대 무네후사, 9대 시게타다에 이르는 4명 번주의 시대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아니, 대가 넘어가면 갈수록 빚의 이자는 늘어만 갔다. 특히 시게타다 대에 와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서 우에스기가는 누적된 적자에 완전이 짓눌려버렸다. 하루노리(=우에스기 요잔)가 상속받은 때의 우에스기가는 바로 이런 상태였다.

더 이상 상인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어 번을 반환하자는 의견이 중신들에 의해서 논의가 될 정도로...


우에스기 하루노리는 어떠한 것부터 시작하였는가?

'사람이 필요하다.'

하루노리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재정 재건을 위한 번정개혁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협력자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하루노리의 의도를 잘 소화하여 손발처럼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번을 통틀어서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으며,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번정 개혁을 실행하는 것은 우선 개혁하고자 하는 자가 솔선수범하여 자신부터 바꾸는 것이다. 자신을 바꾸는 것은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그렇구나! 차라리 번 내에 소외되어 있는 사람에게 눈을 돌려보자.'

번 내의 다수파 즉 금붕어 무리가 아니라 좁은 연못 속을 협소하다고 느끼면서 헤엄치는 소수파의 물고기들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실대로 말하자면 요네자와 본국의 사람들은 전부 색안경을 끼고 자네들을 보고 있어. 그대들에 대한 본국사람들의 견해는 편견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의견이 맞는 경우가 더러 있게 마련이야. 물론 인간세상에는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누가 얘기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러나 인간은 서글픈 존재들이야. 반드시 이론대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지. 더구나 누가 얘기하는가에 따라 일의 성패가 많이 좌우된다는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부탁하는데 자네들도 조금은 자신을 고쳐주길 바라네. 붙여놓은 종이의 색깔을 한꺼풀이라도 좋으니 벗겨볼 수 있도록 노력하세. 지금까지의 그대들의 행동들을 고쳐주길 바라는 거네. 그렇게 된다면 완고한 본국의 무리들도 자네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겠지. 인식을 달리하면 자네들이 지금부터 만들려고 하는 개혁안이 빛을 발할 수가 있겠지. <아! 저 정도로 그네들이 변했구나>라는 생각만 갖게 한다면 변한 그네들이 만든 안이라고 다들 읽어보려고 할 거야. <대체 어떤 것이냐>로 출발해서 점차 자네들이 만든 개혁안에 눈을 돌릴 것임은 명양관화하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자네들이 아무리 훌륭한 안을 만들더라도 요네자오 ㅏ본국의 사람들은 외면하고 말걸세.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을거야. 그 점이 바로 나를 안타깝게 하네. 물론 자네들에게만 변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야. 나도 이제까지의 내 자신을 바꾸어갈 걸세. 현재의 자기변혁은 번의 개혁을 위해 우선적으로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두의 의무인 것이야'


이러한 하루노리의 말을 듣고 기무라는 슬며시 마음속으로

'무슨 말씀입니까? 나쁜 쪽은 우리들이 아니고 본국사람들입니다. 우선 본국사람들이 자신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무라의 심정을 하루노리가 벌써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는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자네들 중에는 나쁜 사람은 전부 본국사람이며 자신들은 조금도 나쁘지 않고 따라서 우선 개혁해야 할 사람들은 본국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에도에 있는 무리들이 자신을 바꾸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생각만은 제발 말아주기 바란다. 그런 것들에 집착하게 되면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게 되네. 그리고 그런 문제로 연연해 하다가는 우리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잊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한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잊고 우리들이 사소한 감정싸움에만 매달리는 것인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기에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바라는 우리들이 먼저 자신부터 변화시켜서 본국까지 여세를 몰고 가자는 거지.'

...

하루노리가 예상한 대로였다. 다케마타 등 찬밥파는 잘 움직여주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권력을 소외시킨 자에 대한 보복에 사용한다. 그러나 그들은 조직내의 인사는 번주인 하루노리가 할일이라고 생각하고 <번정개혁이 무엇을 실행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전념하였다.

...

하루노리는 번정개혁을 결심한 날 밤 거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번정의 궁핍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것

-그 실태를 모든 번사에게 알릴 것

-실태극복을 위하여 목표를 확실히 세울 것

-그러나 목표실현을 위해서는 번주로서의 하루노리의 능력과 현재 번의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번사 전원의 협력을 받을 것


즉,

-기업목표의 설정

-필요한 정보의 공개와 분석

-해결책 연구와 저해요소의 인식

-장애극복을 위한 사기진작, 전 직원의 참가

와 같은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의 실행과 책임

개혁의 골격을 그렇게 정해놓자 하루노리는 그것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당면한 두 가지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하나는 요네자와에 가기 전에 우선 에도 번저에서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즉, 개혁을 주장하는 자가 먼저 실행에 옮기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우선 사토의 진언으로 세이가샤파의 협력을 얻는 것이었다.


이로베는 중신으로 개혁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현재까지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자이다. 즉, <찬밥파>의 개혁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노리는 이로베가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감독직을 맡겨 놓았다.

이로베는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은 것은 좋았지만 실질적으로 개혁세력에서 소외당하여 중신으로서의 체면이 손상되었음을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찬밥을 먹고 있던 자들이 제멋대로 안을 만들어가지고선...'

하면서 무시당한 중신으로서의 굴욕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노여운 감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이로베의 기분에 관계없이 하루노리는 말하였다.

'이 안에 서사를 준비하여 즉시 요네자와 시라코 신사에 보관하자. 나는 신에게 서약하고 이 개혁을 시작하겠다. 이로베, 자네도 나와 같이 서사를 쓰자.'


개혁의 어려움

'번정의 개혁은 정치를 개혁하는 것보다도 사람의 개혁이 먼저 시급하다. 그 점이 어려운 것이다.'


하루노리는 번정개혁의 목적을 '번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그 방법전개를 '사랑과 신뢰'로 실행햐려 한 것이다. 하루노리는 다른 번의 개혁을 본면서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이 두 가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번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는데 하루노리는 그 벽이란 것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제도의 벽

둘째, 물리적인 벽

셋째, 의식(마음)의 벽

하루노리는 이 세 개의 벽을 깨뜨려야만 비로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마음의 벽>이며, 이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첫째, 정보는 모두가 공유한다.

둘째, 구성원간의 토론을 활발하게 한다.

셋째, 그 합의를 존중한다.

넷째, 현장을 중시한다.

다섯째, 번청에 사랑과 신뢰의 개념을 회복한다.


감동을 주고 신뢰를 쌓아라.

'후쿠시마에서 요네자와로 가는 국경을 넘어 이타야 고개에서 노숙을 하고 그 역참을 떠나 연도의 광경을 보면서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절망하였다. 그것은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죽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치 이 재와 같은 것이다. 어떤 씨를 뿌려도 이 재의 나라에서는 자라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기에 지금 번 내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에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것을 내가 바꾸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런 일은 나로서는 불가능해. 나는 좋은 취지에서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개혁안을 만들게 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번이 죽어 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 시점에서 깊은 절망감이 덮여와 재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지. 그리고 담뱃대로 재 속을 휘저어보았더니 조그만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불씨를 보고 있는 동안 나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남은 불씨가 새로 불을 일으키고 그것이 또 새 불을 일으킨다. 그런 것이 이 나라에서 반복될 수는 없는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 그 불씨는 누구일까? 우선 너희들이라고 느꼈다. 너희들은 에도에서 여러가지 말을 들으면서도 나의 개혁이념에 공감하고 협력하여 안을 만들고 그곳에서 실험을 하여 나쁜 제도를 고치고 좋은 안을 남기는 등 그런 고된 작업을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다듬어진 개혁안을 가지고 바야흐로 본국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런 너희들을 생각했을 때 너희들이야말로 그 불씨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최초의 불씨가 된다. 그리고 많은 탄에 불을 붙일 것이다. 새 탄은 번사와 번민을 말한다. 젖어있는 탄도 있겠고 축축한 탄도 있을 것이며 불붙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탄도 있겠지. 같은 모양일 리는 없다. 그것보다도 나의 개혁에 반대하는 탄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탄들은 아무리 화통대로 불어도 한동안은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 한 개나 두 개쯤 불이 붙는 탄이 있겠지. 나는 지금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너희들이 불씨가 되어주어야 한다. 너희들의 가슴속에 타고 있는 불을 어쨌든 뜻이 있는 번사들의 가슴속에 옮겨주기 바란다. 성에 도착하면 제각기 부서로 흩어져 가게 된다. 그 부서 부서에서 기다리고 있는 번사들의 가슴에 불을 붙여주기 바란다. 그 불이 반드시 개혁의 불을 크게 일으켜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가마 속에서 열심히 작은 불로 커다란 탄에 불을 붙이려고 했던 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가신들이 감동했다. 다케마타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번주님, 그 불은 저에게 주십시오.'

'이 불을?'

하루노리가 되물으니 다케마타는 말했다.

'그 불을 받아서 더 크고 새로운 탄에 불을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번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개혁이 달성되는 날까지 결코 꺼뜨리지 않고 집에 소중하게 보존하겠습니다.'

이처럼 개혁의 상징물을 정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핵심 심복을 키워서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 주거나 동조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일을 쉽게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

'화를 내는 것은 단지 한 번뿐이다. 하지만 화를 잘못 냈을 때는 전부가 끝날 수도 있다.'

...

에도 번저에 있을 때 아무리 번주님이 명군이라도 안에서 일하는 하녀들간에는 서로들 여러가지 흉을 보는 것을 미스즈도 여러번 본 바기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질투나 선망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미스즈는 한 번도 그런 흉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말하지 않는 남자의 세계가 부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다섯 명의 젊은 무사들은 어떤가? 하녀이하의 수준이 아닌가? 화가 난다기보다는 기가 막히고 한심스러웠다. 여자 이상으로 노골적으로 질투하는 꼴이 매우 밉살스럽게 느껴졌다.'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정확한 상황파악을 한다.

'우선 번 내의 실태를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개선 또는 혁신을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가려진 진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직접 자신의 눈으로, 자기가 분석하여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구에 정확하게 부응하라.

실제로 요네자와 번민은 사농공상을 막론하고 돈이 메말라서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맛있는 말보다도 한 그릇의 밥을'

'그것도 내일 먹을 밥이 아니라 오늘 먹을 밥을'

이것이 요네자와 번민의 절실한 요구였다.

그 요구에 정확하게 부응하지 못한 채 단지 말로만 힘내자라고 외쳐보았자 요네자와 번민의 사기는 올라가지 않는다. 가난한 나날에 마음이 지치고 닳아빠진 것이다. 그러한 번민의 정신상태를 직시하여,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요네자와를 갱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하루노리가 생각하는 재정 재건책의 출발점이다.


다른 곳의 예를 참고하여라.

하루노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사고의 범위를 조금 확대하여 이 문제를 보자는 생각을 했다. 사고를 확대해 보자는 의욕은 요네자와라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개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의 예를 참고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다른 곳의 예를 참고하는 것도 지금까지의 막부의 막정개혁이나 다른 번의 번정개혁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아서 개혁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분석해 보자는 것이었다. 성공의 예는 참고하고 실패의 예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실패를 막아보려는 방책과도 같았다.

...

다른 지역의 개혁이 실패아게 된 원인에 대해 세이가샤 무리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해 놓고 있었다.

첫째, 개혁의 목적을 잘 몰랐던 점

둘째, 추진자가 일부 사람으로 제한된 점

셋째, 개혁을 실행하는 정부요원 전원에게도 개혁의 취지가 철저히 알려지지 않은 점

넷째, 개혁의 목적이나 방법이 친절하게 번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

다섯째, 개혁이 추진되면서 막부나 번이 홀가분해지면 당연히 번민의 부담도 가벼워져야 하는데 반대로 막부나 번이 증세를 한 점. 즉 사공육민이던 세율을 오공오민 또는 육공사민의 비율로 인상시킨 예

여섯째, 개혁을 추진하는 관료는 전부 명문출신의 상위자로서 부하에 대하여 지시명령의 방법으로 일관하여 하급자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거나 동정도 하지 않은 점 등등

정책적으로는 대부분의 개혁이 중농천상주의를 채택하여 번민에게 근검절약만을 요구한 점에 주목하여 특히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세이가샤파는 지적하고 있었다.

또 인재등용의 중요성은 누구나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번 상층부는 약이 되는 말을 하는 직언자는 싫어하고 결국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개혁의 목적이 올바른 경우에도 번민에게는 오히려 오해와 비협조를 유발시키게 된 점이 최대의 원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개혁자가 개혁과정에서 고통받는 계층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정을 표시하지 못하였다. 즉, 뼈를 깎는 아픔을 분담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배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에 착안한 분석이었다.


개혁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번민을 위하여 실시하는 개혁은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개혁, 개혁이라고 요란하고 수선스런 선전의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라 할 수 없다.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사람들을 위하여 성심성의껏 임해야 하는 일상업무이어야 한다. 각각의 부서는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에 의해 안을 만들고 보다 좋은 방법을 일상업무로서 실현시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대안을 생각하라.(=발상의 전환)

'이렇게 얘기하면 나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수한 재능을 가지고 나의 생각을 잘 이해해 주는 다케마타 등이라 할지라도 결국 요네자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물을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어디엔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나는 요네자와에 대해 전혀 모른다. 다시 말해서 무지하다. 때로는 이 무지가 도움이 된다. 지금부터 말하려는 것은 그 무지의 소산이다. 현장에 어두운 내가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혹시 자네들의 견지에서 보면 도저히 실행 불가능한 것으로 어쩌면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들어주기 바란다.'


'지금 납세체계는 전부 쌀로 이루어져 있으나 동북지방의 땅은 원래 쌀농사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땅에 쌀농사를 강요당했다. 요네자와도 마찬가지이다. 농민들은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 이전에는 재배하지 않던 쌀을 생산해 내기가지 하였다. 그러나 자연조건은 한계가 있어 무제한적으로 인간의 생각대로 변화될 수가 없다. 쌀농사는 일부에서는 가능해도 그것이 동북지방 전체의 주된 농작물이 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동북지방의 땅에 맞는 식물을 심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본 바로는 이 요네자와에서는 옻나무나 닥나무, 뽕나무 또는 쪽나무, 잇꽃나무 등이 매우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옻나무는 열매로부터 도료나 백납을 추출해 낼 수 있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말이지만 지금부터 쌀농사보다는 옻나무, 닥나무, 뽕나무 등을 심어 그 원료에서 여러가지 물품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는가? 가령 옻나무로부터는 도료나 백납을 얻고 닥나무에서는 종이를 떠내고 뽕나무에서는 생견을 뽑아내어 견직물가지 생산해 내고 싶다. 즉 지금가지 쌀 일변도였던 농산물에서 다른 식물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보충수단으로 삼자는 것이다. 아니 보충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이것을 주산업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


실제로 내가 생산팀에 처음 왔을 때에는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어느 새 나도 그러한 관념에 사로잡혀 당연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

'큰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말해보게'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모시풀 또는 다른 직물을 짠다고 하더라도 번 내에는 기술지도를 할 자가 없습니다. 오치야 지지미 하나 변변히 짜질 못합니다.'

'그러면 오치야에서 직공을 초빙하라. 그것도 높은 보수로.'

'예?'

'다케마타, 개혁이라 하는 것은 단지 경비만 절감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일과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로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돈을 잘 쓰는 방법이다. 곧 오치야에 교섭할 수 있도록 사자를 보내라. 오치야는 에치고에 있다. 원래 우리 우에스기가의 번민이었으므로 부탁하면 반드시 들어줄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말씀하시는 대로 타 번의 기술지도자를 초빙하는 것으로 해결이 될는지는 모릅니다. ... 그러나 번 내의 농민은 쌀농사만 해도 힘에 겹습니다. ...'

'바로 그래. 특수산업의 진흥은 농민이 여가선용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것을 아신다면 왜 그런 방침을 계속 생각해 내시는 것입니까?'

'다케마타, 네가 말하는 것은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농민만을 노동력이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우선 자네들의 가족이다...가족중에 노인도 아이들도 있다. 노인과 아이들은 가령 잉어를 키우며 먹이를 준다든지 하는 일에 흥미를 가질 것이다...그것도 단지 먹이만을 주게 하는 것이 아니고 잉어를 팔아서 얻은 이익 중에 얼마간을 배분해 주면 노인이나 어린아이는 용돈을 얻게 되니 기뻐할 것임에 틀림없다...'

...

'기술지도와 노동력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이해하였습니다만...번주님, 토지가 없습니다. 번주님 말씀대로라면 다종다양한 식물을 많이 심어야 하는데 요네자와는 산악지대로 땅이 좁습니다.'

'토지도 있다...예를 들자면 이 성 안과 밖에 사는 번사들의 집 마당이다.'


해보이고 말하고, 들려주고 시킨다.

남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할 때에는 우선 부탁하는 사람부터 직접 해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일을 탓하지 않고, 앞으로를 계획한다. 쇼맨쉽이 필요하다.

하루노리의 개간지에 폭도가 불을 지르고 방해하였다.

하루노리는 이미 저지른 방화에 대한 추궁은 하지 않았다. 지나간 일을 이것저것 들추어내는 것은 아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도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했다.

'그대로 두면 아마도 폭도는 또다시 침입해 올 것이고, 그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하루노리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래서 자유로운 개간지로 방치하기보다는 가스가, 시라코 양 신사의 이름을 빌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제아무리 난폭한 개혁반대파라도 <신의 토지>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척번사들은 하루노리의 배려에 감동하였다. 그들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오두막집을 짓고 땅을 일구리라 굳은 결의를 하였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라. 또는 함께 세워라.

'또 전원호출인가'

번사 대부분이 투덜대며 넓은 방에 모였다. 요즘은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호출이었다.

'정말로 호출을 좋아하는 번주님이야.'

라며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였다.

그것도 매번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에스기가의 재정이 큰일이다, 심각하다라는 말뿐으로, 절약과 노력만을 지시하고 있었다. 급여를 인상시켜 분다는 등의 듣기 좋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런 기분으로 듣기 때문에 하루노리의 성의어린 이야기도 별로 귀에 들리지 않았다. 모두들

'빨리 끝나지 않나? 우리들은 부업으로 바쁜데.'

라며 집에서 하던 양산살 붙이기나 이쑤기개 갂아다듬기 등의 일을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더구나 오늘은 큰 불로 소실된 에도 번저 재건을 위하여 번사들에게 모금 얘기를 할 것이었다. 즐거울 리가 없었다.

'에이, 뭐 어떻게든 하라지.'

자포자기의 기분이 되고 말았다.

'대단한 것을 이야기한들 결국은 우리들에게 부담지우는 것 아닌가!'

하급무사달도 하루노리에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그러기에 하루노리의 이야기를 대부분의 번사가 시큰둥한 기분으로 들었다. 하루노리가 열을 내면 낼수록 그 열변은 흡수되지 않고 겉돌고 말았다. 목소리는 들리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멀어져만 갔다. 급기야는

'번주님 혼자 입만 뻥긋뻥긋하고 있구나.'

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하루노리에게도 이러한 공기가 민감하게 느껴졌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희망이란 목표이다. 무엇을 위한 근검절약인지 번사들은 아직 그 목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나쁘다. 내가 확실하게 목표를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노리의 말이 끝나고 다케마타의 모금 대신 벌목(화재로 인한 재건에는 많은 목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에도에서 직접 목재를 구입하는 것은 비싸다. 요네자와에는 나무가 많다. 이것을 바다를 이용하여 운반한다. 재정적인 부담도 덜면서 막부의 요청에도 응할 수 있는 것이다)의 협조 요청에 '사슴을 말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라면서 체면 문제로 중신들을 비롯한 무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다음 날 일부 농민들과 몇몇 이름도 모르는 젊은 무사들의 호응으로 점점 참여하는 사람들은 증가해갔다.

'이 불은 사토가 옮겼다. 옮긴 불로 여기에 있는 젊은 무사들도 자신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번주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 재의 나라에도 사람이 있었다. 불을 붙이면 타오르는 인간이 있었던 것이다.'

산중은 금방 5~6백명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번사들에게 어떻게 이런 기분이 생겼을까?'

다케마타는 알 수가 없었다.


타인을 배려하라.

하루노리는 <내가>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야마구치 쪽에서 먼저 꺼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얘기의 내용에 따라 스다가 요네자와에 알려 야마구치가 요네자와로 돌아가면 그를 괴롭힐 것을 우려하여 그러지 못하도록 하려는 하루노리의 배려였다.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속된 표현으로 <아군이 천 명이면 적군도 천 명>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번주님께서 훌륭하셔도 요네자와 번사 전부가 번주님 편이 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번 개혁은 번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만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처음으로 결실맺은 벼이삭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십시오.'



소설에서의 중신들처럼 아무리 회유를 하려 해도 협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또한 버스에는 적합한 사람을 태우라는 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서, 또한 그들을 위해서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낳을 수 있다.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네들에게는 익숙치 않지만 서양인들이 얘기하는 기업의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저 젊은 번주님은 절대로 경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무서운 사람이다.'

과감한 인사조치라고도 할 수 있는 처벌에 전 번사들은 놀랐다. 그리고 새삼 하루노리의 부드러움속에 깔려 있던 강인함을 발견한 것이다.

모두가 놀랐다. 부드러운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하루노리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생각하면 이것은 하나의 도박이었고 모험이었다. 이것에 의해 하루노리는 일거에 신뢰를 잃고 번사들이 등을 돌려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번사들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곱 명을 처벌한 처분에 대한 박수를 보낸 것이다. 하루노리는 위기를 과감하게 벗어난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여라.

'너희들의 불씨 얘기는 대단히 즐거웠다. 내가 상담코자 하는 것도 실은 그 불씨에 관한 것인데, 실제의 탄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것이다. 즉 인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항시 새로운 피가 필요하듯 번에도 똑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듯이 사람도 끊겨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라 해도 학문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교육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너희들의 뒤를 이을 사람들을 기르는 일이다. 요즈음 그 문제로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너희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

'논의해서 좋은 의견이 모아지면 알려주기 바란다.'

그렇게 여운을 남겼다.

이런 자리는 언제까지 지켜볼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하루노리는 알고 있었다. 돌을 던져두면 근신들이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마음가짐

'나는 단지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이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우선 이 <참을 수 없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아이가 있으면 본능적으로 달려가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자신을 바꾸어라.

'번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개혁이라고 하는것은 제도나 정치의 방식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바꾸어나갈 때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고루한 사고방식에 구애받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겉에서 보면 벽돌과 같은 것을 자신만이 보석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정도를 지켜라.

다케마타 마사쓰나는 혼자서 그러한 갈림길의 희생이 되었다. 요네자와번에는 아직도 <고루함>이 완강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다케마타 처단 이야기는 측근들에게 새삼스럽게 번 내에 잔류해 있는 고루한 조직과 그 조직에 빌붙어 있는 완강한 번사들의 존재를 실감케 했다. 개혁을 추진하면서 그러한 조직들과 어느 정도는 타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하루노리의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개혁>이라는 훌륭한 이념도 이러한 인간들의 가슴을 조금도 감동시키지 못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개혁도 일이었다. 그래서 <일을 하려면 꼭 사전협상을 하라>라는 태도를 고수하였다.

숨은 실력자들을 이용하는 편이 개혁추진에 도움이 되고 이러한 층을 배척하면 개혁은 일보도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여러가지 방해만 받게 된다고 다케마타는 생각한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그러한 조직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야마구치가 말하는 <몸을 더럽히는 물장사 어머니>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리고 반대가 있더라도 나는 맑은 정치로 일관해 나갈 것이다. 요네자와를 또다시 혼탁한 연못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의 개혁은 아무리 길이 멀어도 깨끗한 방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그것은 번민을 위해서이다. 개혁은 번민을 위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번민의 눈에 조금의 더러움도 보여서는 아니된다.'



전국의 사

-국가는 선조로부터 자손에게 전해내려 오는 것으로, 결코 자신의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

-백성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결코 자신의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번주이어야 하고, 번주를 위하여 백성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요잔의 개혁안의 이상

-백성을 부유하게 할 것

-개혁이 즐거울 것

-사농공상의 신분을 잊고 하나가 될 것

-젊은 인재를 육성할 것

한마디로 말해서, 눈앞의 일뿐만 아니라 요네자와의 장래를 준비하자고 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었다.



최고 책임자란..

'잊었다. 밤을 새운 너의 노력을 전혀 무시했구나. 할말이 없다.'

'제가 여쭙고 있는 것은 밤을 새워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번주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다.'

'제 말은 조금도 과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을 번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깜빡 생각을 못했다.'

'번주님의 시정방침이란 이런 중요한 것을 즉시 잊어버리실 정도로 무책임한 것입니까?'

'아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나 자신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약간 피곤했는지도 모르겠다.'

'피곤한 것은 번주님 혼자가 아닙니다. 모든 번사가 지쳐 있습니다. 번주님은 오늘까지 호소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알고 보니 번주님은 <나는 학문을 하고 있소>라고 세간에 알리려는 것이 아닙니까? 겉모양뿐이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분시로, 내가 이렇게 빈다. 용서해라.'

'번주님께서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주군이 가신에게 사과하시는 겁니까? 그래서 가신이 그래 용서한다고 하면 번주님께서는 그것으로 만족하시겠습니까? 그렇습니까? 번주님은 그 정도의 주군이셨습니까?'

...

'지난날의 과오를 시정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반성은 이제 충분하십니다.'

'이봐, 분시로! 스승인 내가 책망하지 못하는 번주님을 제자인 네가 책망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후계자를 위하여

'역시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런데도 왜 번정이 기울어가는 것을 그냥 않아서 보고만 계시는지 이 다케마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니네. 너는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잘 알고 있음이 틀림없어. 그러나 다시 말하지. 그건 이런 것이다. 내가 지금 번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은거하고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그것은 내가 무엇이든 간섭하고 이끌어나가면 후계자가 클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예?'

'하루히로는 물론이고, 집정 한 사람도 길러지지 않아.'

'...'

'너는 오늘 솔직한 말을 해주었다. 그러기에 나도 솔직한 마음으로 말하겠다. 하루히로도 번정 담당자도 고생이 아직 모자르다. 자신이 고생하지 않으면 정치는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케마타는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겸허하게 사양하여 요잔이 번정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다케마타는 처음 깨달았다.

'번주님의 침묵은 실로 무서운 채찍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은 오늘까지이다. 이대로 두면 요네자와 번은 망한다. 오늘 너의 얘기로 나는 마음을 정했다. 나는 번정에 관여하겠다. 우선 이것을 보아라.'

다케마타에게 요잔은 한 권의 책자를 건넸다. <여름 저녁>이라고 쓰여 있었다.

읽어나가는 사이 다케마타는 점차 흥분되었다. 감정을 넣지 않고 조리있게 써내려간 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혹독했다. 다시 말하자면 번의 현 정권담당자들을 완벽할 정도로 질책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 읽은 뒤 다켐바타는 고개를 들었다. 요잔은 끄덕였다.

'이것과 함께 우선 집정들에게 건네준다. 그 후에 전 번사에게 공개한다.'

'옛?'

다케마타는 또 놀랐다. 요잔이 이것이라고 말하며 내놓은 또 한 권의 책자는 요네자와번의 <재정백서>였다. 잘고 빽빽하게 숫자로 쓰여진 실태서였다.

요잔은 그것을 공개한다고 하였다. <재정백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집정들을 심하게 비판한 <여름 저녁>까지 공개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시가파들에게 미움을 받겠다.)

다케마타가 직감한 것은 우선 그 점이었다. 그러나 하루노리는 조용이 미소지었다.

'다케마타'

'예'

'은거해 있는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원망의 말을 듣는 것과 진흙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직원들의 불평에 대한 불안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은 곧잘 <상층부는 우리의 의견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면 의견을 들을 테니까 마음대로 생각한 바를 얘기해 보라고 하면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다. 문장이 서투르다는 표현상의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자신이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단순한 불평이나 불만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로만 투덜댈 때는 남 못지않은 개혁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말이나 문장으로 하여 그러한 개인감정을 지워나가면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이 점점 알맹이가 작아지는 경우가 있다.

동시에 이것은 조직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지만 <진정한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진정한 목소리를 낼 사람들은 여태껏 기다리다 지쳐서 상층부에 불신의 마음을 품고

'지금에 와서 뭐야?'

'말한들 어차피 묵살당할 텐데'

라며 이미 비뚤어진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우에스기 요잔의 걱정도 똑같았다. 아무리 전 번사의 의견을 구한다, 무기명 밀봉해도 무방하다고 역설하여도 전 번사가 쉽게 응해주리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요리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양념이 필요합니다. 다케마타님이 취한 방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옛날 에도 번저에서 개혁안을 짜낼 때 이해하지 못하는 번사들에게 번의 실태를 알리기 위하여 요잔은 다케마타나 노조키, 사토와 함께 미리 각본을 짜놓고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성의로 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요잔의 기본적인 바람이었으나 그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세상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부하직원의 제안에 대한 태도

'기술을 보람으로 사는 자가 자신이 안을 세웠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반드시 굴절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비뚤어져 두 번 다시 협력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 때문에 비뚤어진 길을 걷는 것이다. 우리 번에도 아직 그런 사람이 있다. 나는 내 손으로 그런 사람들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이 사람이 생각한 대로 하게 하여서 지금까지 비뚤어져 있던 사람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풀어보자. 앞으로는 번사가 우리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번사를 따라가는 거다.'



이것은 나도 가장 많이 경험한 것 중의 하나이며, 가장 곤란한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제안을 한 사람의 의견이 훌륭하면 그것만큼 좋은 경우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상급자가 보기에는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이런 때에는 솔직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부족한 점을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면서 부하직원의 제안이 나의 기대치에 맞을 때까지 훈련을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된다. 몇 번이나 퇴짜를 놓아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일단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실행하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부족함을 깨달아 더 좋은 안을 제안하기를 기다린다. 이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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